[기고] 신공항 포기는 중앙정부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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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진행하면서 "갈등이 있는 국책사업은 가능한 한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책사업에 대한 조속한 결정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갈등에 대한 인식과 문제 해결에 대한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동남권 신공항 역시 이런 차원에서 '처리' 된 것으로 밖에 볼 수가 없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백지화하는 정부의 입지 평가 결과 발표가 지난달 30일 있었다.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위원회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에 대해 평가한 결과 두 곳 모두 적합하지 못해 탈락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성 부분에서 두 지역 모두 현저히 낮은 점수를 받았고 경제성 부족이 탈락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남권 지자체와 시민, 해당 지역 주민들은 지금까지 이 사업과 관련한 중앙정부의 태도, 진행과정, 평가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청와대와 중앙정부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거세게 드러내고 있다.

영남권 항공 수요 증가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은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논의되어 온 지역의 주요 현안이다. 김해국제공항은 1987년 1단계 확장공사를 시작으로 2007년 2단계 확장공사 완료까지 두 차례에 걸쳐 공항 확장공사를 실시해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대비해 왔다. 그러나 김해공항의 확장을 통한 항공 수요 대비는 한계가 예상되었고, 여기에 지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필요성이 결합하면서 동남권에 새로운 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은 2007년 11월 15일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제2 관문 공항(남부권 신공항) 건설여건 검토연구' 1단계 용역결과를 통해 입증되었다.

이번에 진행한 입지선정 절차는 전체 계획의 차원에서 볼 때 1단계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이미 검증된 상태에서 어디에 공항을 건설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2단계인 '입지선정절차'에 불과하다. 따라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면 입지선정절차를 다시 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가덕도와 밀양에 대한 입지선정 결과가 부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1단계의 결론이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까지 부정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게 모두 중요한 현안의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현안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입지평가위원회의 선정과 운영 과정은 중앙정부의 독무대였다고 할 수 있었다. 입지평가위원 선정 과정에서 중앙정부는 불공정 시비 등을 이유로 영남권 출신인사를 배제하고, 지자체 관계자들도 배제했다. 그리고 평가위원은 교통 관련 전문가단체로부터 추천 받은 민간 전문가들 중에서 선정되었으며, 누가 선정되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평가항목 선정의 과정도 중앙정부의 일방독주인데다, 동남권 신공항의 본래의 의미인 '영남지역의 교통난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평가할 수 있는 문항은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후보 시절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발표를 미루면서 지금까지 왔고 결국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공약을 뒤엎고 사업포기 선언을 하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과 이외에는 책임을 진 것이 없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지방정부가 순순히 받아들이고 동남권 신공항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이명박대통령은 입지평가 과정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을 인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등한 논의를 바탕으로 입지평가위원회를 다시 구성하여 투명하고 공개적인 평가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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