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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반복적인 국민통합 주문이 시민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  
작성자 rosa
작성일 2009/11/16
ㆍ조회: 4685  
[ 박태순의 갈등의 법칙 ]
반복적인 국민통합 주문이 시민을 짜증나게 하는 이유

대통령, 총리, 각부 장관 할 것 없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연일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통합을 주문하고 있다. 국민적 희생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던 역사를 들먹이기도 하고, IMF 때의 금모으기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런 기대와는 달리 시민들은 대체로 냉담하다. 정부 당국자로서는 서운할 수도 있고, 의구심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시민의 냉소에 서운한 마음이 든다면 아직도 시민의 정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무지에 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 필요할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상태와 조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파워(power)라고 한다. 갈등이론에서는 파워를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힘(force)에 의한 해결, 혹은 강제력(coercive power)이다. 강제력은 상대의 동의와는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이다. 둘째는 협상력(exchange power)이다. 협상과 거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상대의 동의와 참여가 필요하다. 셋째가 통합력(integrative power)이다. 통합력은 공동체에 대한 애정, 상호 신뢰, 동질성 등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사회적인 유대감에 기반을 둔 문제해결 능력을 말한다. 사회적 신뢰가 많은 집단일수록 통합력은 커지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IMF 위기 이후,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이 생활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이 약화되었고, 사회적인 통합력도 점점 약화되어 왔다고 진단하고, 현재의 모습은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커다란 흐름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나 이런 논리가 현재의 ‘국민적 냉담’을 모두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강력한 사회적인 통합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시민의 마음을 싸늘하게 만들었고, 정부의 간절한 구원의 외침을 뿌리치게 하는가?

첫 번째 원인은 정부에 대한 신뢰의 실종에 있다. 신뢰는 ‘가변적인 상황에서 상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확신’을 말한다. 즉, 자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자신을 도와 줄 것이라는 확신이다. 이런 신뢰는 보통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우리 시민은 역사적인 경험을 통하여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노력이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금가락지라도 빼어 국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후 정리해고와 실직이라는 응답으로 멍들었다.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유모차 아줌마의 열망은 ‘불순하고 비도덕적인 의도’라는 매도에 꺼져갔다.

둘째는 시민이 똑똑해진 까닭이다. 손해날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협력의 결과가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의 재원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차피 재원은 한정되어 있고, 이 재원을 공동체를 위해 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해 쓸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협력해서 위기를 극복해봤자 그 공은 기득권자들에게 가고 자신에게 남는 것은 고통뿐이라면 누가 공동체를 위해 협력하겠는가? 시민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국민통합만을 요구하고 있으니 시민들 입장에서 보면 현 정부의 사회통합 주장이 전체주의 시대의 국민동원에 대한 요구처럼 들리는 것이다.

셋째는 정부와 시민의 상황인식의 차이이다. 얼마 전 숭례문이 불탔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위대한 저력을 말하면서 복원을 위해 ‘국민성금’을 제안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숭례문이 불타는 것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시민들이 도대체 ‘국민성금운동’ 주장에는 왜 그렇게 냉담했을까? 아마도 숭례문이 자연 재해로 붕괴되었다면 시민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아주 열정적으로 참여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안타까움에 앞서 분노하고 있었다. 화재의 원인이 당국의 관리 소홀과 관계 공무원의 면피와 책임전가에 있었다는 것을 알고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에 따른 ‘성금’이 아니라 분노와 허탈감 그리고 ‘책임자 처벌’에 대한 요구였다. 대통령은 그런 시민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의 위기에 대한 상황인식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위기가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은 없다. 동시에 정부의 2008년 초반 환율정책의 오류 또한 위기를 부채질한 원인의 하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외인(外因)론만을 반복할 뿐 자신의 오류에 대한 솔직한 인정도 반성도 없다. 이렇게 해서는 협력과 통합을 위한 마음이 모아지질 않는다.

넷째는 사회통합을 외칠 뿐이지 사회통합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가적 위기는 정부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협력과 통합을 주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와 협력하고 통합은 어떤 논의 단위와 프로세스로 하는 것인가? 방송을 통해 간절히 호소하면 통합력이 생길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어려운 일을 쉽게 하려고 하니 국민동원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통합은 모든 것을 통일하는 일치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특정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각기 다른 입장과 이해를 갖고 있는 세력들이 의기투합하는 것이 통합이다. 따라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신과는 다르지만 현존하는 다양한 세력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특히 노동관련 조직의 협력과 동의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IMF 당시 노사정위원회, 다양한 민관협력 조직들이 이런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는가? 좋은 것은 배우는 것이 좋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시민이 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하고 서운해 할 필요가 없다. 시민은 때가 되면 나서지 말라고 해도 나설 것이다. 권위주의 시대처럼 나오라면 나오고 들어가라면 들어갈 시민은 거의 없다.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한다. 이런 점에서 시민은 현 정부의 상황인식과 태도가 미덥지 않는 것이다. 시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같지도 않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극복 방안을 함께 논의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위기 극복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변화되고 그 성과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스스로 버티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구두선뿐인 통합 주장에 자신을 맡기기에는 시민은 너무 불안하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 소장




*이글은 폴리뉴스 칼럼에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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