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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건강한 가족’의 덫에 걸려버린 국회_ 김인숙 민들레법률사무소 변호사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06
ㆍ조회: 5418  
 ‘건강한 가족’의 덫에 걸려버린 국회


                                             민들레법률사무소 김인숙 변호사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는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05년 7월 21일 대법원이 ‘종중은 성인 남성만으로 구성되는 자연집단’이라는 오래 된 관습을 깨고 여성의 종중원 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방송사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이제 여성들을 차별하는 법은 모두 폐지된 것이지요?”라고 물어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 물음에 무어라고 대답을 하여야 할 지 순간 난감하였었다.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나타내는 대표적 제도인 호주제가 폐지되고 여성도 종중원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형식적으로 이제 여성을 대 놓고 차별하는 법률이나 제도는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과연 그런가?


혹자는 최근 들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남자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얘기하지만 형식적인 법의 개선이 곧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지 않는다는 것을 체감하게 된다.

특히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고 거의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진정한 여성의 보호는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가정폭력 피해자를 법적 사회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될 것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04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 가정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6가구 중의 1가구는 신체적인 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폭력과 성적인 폭력까지 포함하면 거의 50%에 달하는 가정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필자의 개인경험에 따르면 하루에 평균 2-3건씩 가정폭력의 고통을 호소하는 상담을 하고 있다. 그리고 가정폭력을 상담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단순한 1회성 폭언이나 가벼운 손찌검이 아니라 몇 년간 지속되거나 흉기를 사용하여 폭력을 저질렀거나 폭력의 정도가 심하여 심각한 상해를 입은 경우이다.

그러나 이렇게 심각한 가정폭력에 대한 법적인 대응은 아주 미온적이며 사실상 가정폭력 피해자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1997년 국회에서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특별법이라 칭함)을 제정하였으나 심각한 가정폭력에 대하여 오히려 가벼운 기소유예처분이나 집행유예처분을 내리거나 보호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서 가정폭력에 대하여 실효성이 없는 법률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가정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경우에 경찰들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고 일정 시간 가해자를 억류할 수 있는 있는 권한을 명백하게 입법으로 규정하여야 한다는 현장의 소리가 높았다.  


때문에 가정폭력이 사회적으로 이슈화 될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현실을 개정하기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해 왔고 그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건의 가정폭력 특별법안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된바 있다. 그런데 국회는 지난 7월 3일 여러 건의 가정폭력특별법안에 대한 개정 논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중심으로 한 가정폭력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그간 제기되어왔던 경찰의 가정폭력 가해자 체포 및 격리, 가정폭력가해자에 대한 위험성 평가를 통한 적정한 처벌 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것이고 오히려 기존에 있었던 가정폭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정당화 시켜주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이 과연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현실에 대하여 단 30분이라도 고민을 하였을까? 개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은 모든 유형의 가정폭력이 상담만으로 해결이 된다고 믿을 만큼 순진한 것일까? 국회의원들은 아직도 가정폭력 문제가 가정 내에서  구성원 간에 알아서 해결할 문제이지 굳이 사회나 국가가 개입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한 것일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습적이고 심각한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를 상담만 받게 하고 다시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정당한 것일까? 국가마저 피해자를 외면하면 가정폭력 피해자가 보호받을 방법은 무엇인가?

이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정폭력’을 이유로 가족이 해체되는 것을 방지하고 기존의 가족 틀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가정’이라는 허위의식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간에도 권력 구조가 존재한다.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자는 남편이 될 수도 있고 자식이 될 수도 있고 부모가 될 수가 있다. 자기 외의 가족들을 허용될 수 없는 폭력으로 지배하려는 가해자에 대하여 사회와 법은 아무리 가족이라 하더라도 폭력을 행사할 경우 사회가 국가가 허용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가해자들에게 전달하여야 하고 가해자들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하여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제 입법자들은 가족 구성원의 인격 및 신체에 대한 상호존중을 하는 가족이야말로 진정한 건강가족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든 가정이 세상의 어떤 곳보다 안전한 곳이 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고민하여야 한다. 이런 고민이 가정폭력 특별법에 대한 재개정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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