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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회와 도전.2007.8.6-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작성자 rosa
작성일 2007/08/05
ㆍ조회: 5809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회와 도전

조 성 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

지금 한반도 주변질서는 한국전쟁이 끝난지 50여 년만에 크게 요동치고 있다. 새로운 질서재편의 발원지는 중국과 북한이다. 중국은 반식민지화와 사회주의적 혼란을 극복하고 이제 새로운 세계강국으로 발돋음하고 있으며, 북한은 강성대국을 내걸며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 중국의 부상과 북한문제의 임박한 해결필요성 때문에 더 이상 동북아질서의 현상유지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미․일 등 기존강대국과 신흥강대국 중국간에 어떤 형태이든 공존의 질서가 필요하며, 핵실험까지 단행한 북한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냉전질서의 해체 등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직면하여 미국의 동아시아정책도 크게 바뀌었다. 취임 직후 부시 대통령은 전임인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 부정하며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때리는 방향으로 동아시아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의 장쩌민 정권과 어느 때보다 관계를 유지했으나, 부시 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면서 미․중관계를 악화시켰다. 클린턴 행정부는 페리프로세스에 따라 북한을 잘 관리해 왔으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불량국가’뿐만 아니라 핵선제공격의 대상인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미․북관계를 악화시켰다.
이와 같은 부시 행정부의 동아시아전략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하면서 미일동맹을 기반으로 중국에 대한 전략적 포위망을 구축하는 데로 나아갔다. 당초 미국의 해외미군재편계획(GPR)은 주일미군을 중앙아시아에서 벵골만, 동남아를 거쳐 동해에 이르는 중국의 서, 남, 동부를 둘러싸는 이른바 ‘불안정한 활꼴’ 지역의 광역사령부로 설계하였다. 여기서 한미동맹은 활꼴의 동쪽을 담당하는 미일동맹의 하위구도로 위치지워졌다.
하지만 부시 1기 행정부의 동아시아정책은 북한의 반발뿐만 아니라, 중국과 한국 등의 강한 비판을 불러왔다. “악마와는 대화를 할지언정 협상은 없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대북 압박정책을 강화했지만, 북한이 굴복하기는커녕 NPT탈퇴, 탄도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강하게 반발하기만 했다. 중국도 역시 대중 포위망을 뚫기 위해 러시아, 인도 등 접경 강대국들과 관계 개선하고, 중앙아시아 지역국가들과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조직했으며,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갈등을 이용해 한국에 접근했다.
2004년 11월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 재선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미국에게 결코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았다. 특히 부시 제2기 행정부가 들어선 2005년 상반기는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을 전환하게 만든 중대한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했다.
먼저, 2005년 2월10일 북한외무성은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당시 미국은 이를 공식 인정하려 하지 않고 스텔스기를 한국에 배치하는 등 강경입장을 취했지만 그 때부터 동아시아전략의 전환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 2월19일 미일 양국이 △일본의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미일의 공통안보목표에 대만의 안전을 포함시킨다는 ‘2+2 전략대화’ 공동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한국과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였다. 한국은 ‘동북아균형자론’을 내세워 일본을 견제하면서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정면에서 반대하였다. 중국도 상하이 등 주요도시에서 반일시위가 벌어졌고 3월13일에는 ‘대만의 독립 선포 때 무력동원을 감행한다’는 <반국가분열법>을 제정했다.
결국 부시 2기 행정부에 들어와 미국의 동아시아전략은 근본적인 수정이 불가피했다. 미국은 2005년 4월말 경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고, 일본 자마기지에 광역사령부를 설치하려던 구상도 철회했다. 그 대신 미국은 그 동안 북한이 요구해 왔던 한반도평화체제, 북미수교와 같은 포괄적인 해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5년 7월부터 북미 양자접촉을 재개한 뒤 제4차 6자회담이 개최되었고, 마침내 <9.19공동성명>에 합의하였다. 이 공동성명은 북핵문제를 북미수교와 한반도평화체제와 함께 푼다는 포괄적 해법을 담은 것이다.
한미 양국도 2005년 11월 17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양국 현안들을 대부분 해소하고, “포괄적이고 역동적이고 호혜적인 동맹”이라는 21세기 한미관계 발전방향에 합의했다. 그 결과 2006년 1월 19일 한미간 첫 외무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였고, 한미FTA 협의를 시작하기로 하여 2007년 4월 2일에 타결지었다. 그리고 2007년 6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시기도 확정지었다.
아울러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단정짓지 않고, 경쟁와 협력의 가능성―테러와의 전쟁과 북핵문제에서는 협력, 대만문제와 역내 군비증강에서는 경쟁―을 모두 열어두게 되었다. 그리하여 2005년 8월을 시작으로 금년 2007년 6월까지 네 차례나 미중간 고위급 안보대화가 열렸다. 또한 미중간에 연 2회 장관급 경제전략대화를 갖기로 하고, 작년 12월과 금년 5월에 개최한 바 있다. 이제 미국은 중국을 “세계체제에서 책임 있는 이해상관자(stakeholder)”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변화는 <9.19공동성명>과 <2.13합의>에 담겨있다. <9.19공동성명> 이후 대북 금융제재 문제로 13개월 이상 6자회담이 공전되었고, <2.13합의> 이후에도 BDA문제로 인해 3개월 가까이 합의이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우려곡절은 있었다. 하지만 6자회담의 합의내용은 북핵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북미관계, 북일관계의 정상화와 같이 냉전구조의 해체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한반도평화체제와 같은 새로운 동북아 신질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6자회담이 원만히 진행될 경우 동북아에는 한반도평화체제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와 같은 새로운 평화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게 된다.
<9.19공동성명>에 따른 북핵문제의 해결이 통상 4단계를 거친다고 볼 때, 현재는 1단계가 사실상 종결되고 2단계를 둘러싼 협상이 진행중이다. 8월 중에 5개의 실무그룹회의에서 현안들을 해결하면, 9월 첫 주에 열리는 6자회담에서 2단계의 ‘불능화로드맵’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1, 2단계 로드맵이 영변 등지에 있는 북한의 핵시설을 못쓰게 만드는 가동중지, 불능화 등 ‘현재핵’과 ‘미래핵’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앞으로 있게 될 3. 4차 로드맵은 북한이 이미 재처리해 보관하고 있는 플루토늄 50kg 또는 핵탄두의 반출, 해체 등 ‘과거핵’을 해결하는 문제가 남는다.
부시 행정부는 북핵의 해결이 1~4단계까지 모두 해결되어야만 북․미 수교,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루겠다는 것이 아니라, 1~2단계의 핵시설 불능화까지 이루어진다면 북․미수교의 전단계로서 연락사무소 교환설치, 평화협정 이전에 종전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의 임기 말까지는 ‘제3단계 로드맵’의 작성과 북미간 연락사무소 교환설치, 종전선언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막 시작된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재편의 움직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중 주도의 새로운 질서재편에 불만을 품고 몽니를 부려온 일본 아베정권도 7.29 참의원 선거의 참패와 미 하원의 종군위안부 결의안 등으로 더 이상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게 되었다. 새로운 질서재편 움직임은 한편으로 우리에게 평화와 번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중의 주도 속에 한민족의 이해와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갈 위험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19세기 말과 1945년 이후에 있었던 두 번의 동북아 질서재편 과정에서 한민족의 운명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되었다. 북․미간의 급격한 접근이 북핵문제의 해결과 군사적 긴장완화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자칫 한반도 분단의 항구화로 나아갈 위험성도 내재하고 있다. 또다시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할 것인지 아니면 강대국의 조정을 거부하고 ‘민족자결의 원칙’을 실현할 것인가? 한민족의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는 열쇠는 강대국이 아닌 우리 한민족의 손에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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