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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집단 갈등 처리가 민주사회 척도 /신철영(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처장)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007/12/06
ㆍ조회: 5594  
집단 갈등 처리가 민주사회 척도                

신철영(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처장)

“정부의 ‘약품 성분명 처방’ 시범실시에 항의하여 전국의 동네 병․의원 상당수가 8월 31일 오후 집단휴진에 들어갔다. 자칫 2000년 의약분업 때와 같은 사회적 갈등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우려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의 한토막이다. 위 사례는 최근에 발생한 대규모 집단행동의 하나다. 사태전개에 따라 상당한 사회적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그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쓰레기매립장, 소각장이나 하수종말처리장의 설치, 추모공원, 도로, 철도 골프장건설 등을 둘러싸고 집단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가보면 시화 방조제 건설, 부안 핵폐기장 건립, 천성산 터널, 사패산 터널, 새만금 방조제 건설, 의약분업 등을 둘러싸고 장시간 대규모 사회적 갈등이 발생해 집단행동과 뜨거운 사회적 논쟁을 겪은 바 있다.

집단갈등이 일어나는 배경에는 환경보존이 우선이냐 개발이 우선이냐는 가치논쟁도 있고 핵 발전은 절대로 안 된다는 주장과 핵 발전 불가피론에 따르는 폐기물처리 문제 등 서로 다른 원칙과 주장이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꼭 필요한 시설이기는 하지만 우리 집 가까이는 안 된다(NIMBY)는 주장도 있고 보상을 좀 더 받자는 실리적인 반대도 있으며 ‘약품 성분명 처방’ 도입을 둘러싸고 의사와 약사가 부딪치는 것처럼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주변에 소위 혐오시설이 들어오도록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참여하여 토론하고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 없이 정책이 결정된 후 막상 공사를 시작 할 때가 돼서야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이 반대하고 집단행동을 하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정책결정 과정에 투명성 부족이 불러온 갈등이다.

근래에 이런 반대운동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우리사회가 민주화되었고 국민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찾으려고 하는 등의 커다란 사회적 변화가 그 기저에 흐르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갈등과 집단민원을 줄이기 위하여 주민참여를 통한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하고 일단 갈등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사회적 능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가적으로(또는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시설이므로 ‘대(大)를 위해 소(小)가 희생하라’”는 주장만으로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도리어 다수를 위하여 꼭 필요한 시설을 우리 동네에 설치하려면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손해 보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행정기관의 위법 부당한 행정처분에 대한 민원을 접수해 조사‧처리하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이하 고충위)에는 많은 집단민원들이 접수된다. 고충위는 집단민원을 처리하면서 많은 집단민원의 경우 조정으로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장항선 복선공사에 따른 충남 예산군의 지하도 건설민원, 경북 안동시의 임대주택 분양전환에 따른 분양가를 둘러싼 갈등, 고속도로나 도로건설에 따르는 진입로 문제나 마을 앞 성토구간에 대한 교량화 여부, 학생들의 통학로 안전을 둘러싼 민원,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장 또는 하수처리장 등 소위 혐오시설 설치를 둘러싼 집단민원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1994년 출범한 고충위는 2005년 10월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고충위법)이 시행되면서 조정과 합의(고충위법 33․34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조정과 합의를 통한 민원해결을 활성화됐다. 법 시행을 통해 고충위는 국무총리에서 대통령 소속 기관으로 바뀌었다. 독자적인 인사권을 확보해 독립성이 강화됐으며 감사청구권, 과태료 부과권 등 권한이 확대됐다. 2006년 12월에는 그동안 고충민원의 사각지대였던 군인과 경찰민원을 처리하기 시작하여 폭 넓게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며 재외국민과 해외동포들의 민원도 접수하여 처리하고 있다.

고충위와 같은 국가기관을 외국에서는 옴부즈만(Ombudsman)이라고 한다. 1809년 스웨덴에서 의회가 공무원의 부정을 감시․감독하기 위해 출발한 것이 근대적 옴부즈만 제도의 시작이었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난 후에 서구 여러 나라에 도입이 확산돼 지금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다. 옴부즈만은 국가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다양한 기관에서 채택하고 있다. 인권, 청소년, 산업,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옴부즈만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옴부즈만은 공무원들이 위법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하여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 법이나 제도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해당기관에 제도개선 권고를 하기도 한다. 법원의 판결이 기속력을 갖는 데에 반하여 권고를 하는 것이 옴부즈만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송으로 민원을 해결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옴부즈만 기구에 민원을 제출하면 무료로 빠른 시간 안에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옴부즈만의 ‘권고’ 권한은 한계이면서 동시에 장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집단적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더욱 성숙한 민주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발생할 집단적 이해 충돌이나 갈등을 합리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고충위는 조정과 합의로 많은 민원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사관들에게 특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조사관들의 조정능력을 강화해 국민들이 부딪치는 갈등을 보다 빨리 합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며 행정기관에 국민참여를 통한 더 투명한 과정을 통하여 정책을 결정하도록 촉구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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