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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행동하는 시민의 탄생과 사회갈등 해결방안  
작성자 은물고기
작성일 2009/12/04
ㆍ조회: 6274  
행동하는 시민의 탄생과 사회 갈등의 해결 방안

김노전 사회갈등연구소 운영이사

우리 사회가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 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한해를 갈등의 도가니 속에서 몸살을 앓더니, 올해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미디어법 관련 갈등’,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공방’ 등 여러 가지 큼직큼직한 국가 정책을 진행 혹은 수정 하려고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없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집단 혹은 정치권력과 이해관계가 걸린 지역, 지역정치인 혹은 시민들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라든가, ‘세종시 관련 갈등’ 등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시민들의 ‘동강댐 반대 운동’이라는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2000년 6월 15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동강댐 건설 백지화 선언’을 한 바가 있으며, 2003년에서 2005년 동안 발생한 ‘부안사태’는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인해 정부가 정책의 전반적이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 안면도 방폐장 건설 반대, 천성산 터널 반대 등 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동강댐 백지화 선언’ 이후 9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여전히 국책사업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전 갈등 사례에서 보여 지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이 존재한다.

첫째, 사업을 시행하기 전부터 이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하고 또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둘째, 적극적인 주장과 의견을 가진 시민들이 갈등의 전면에 직접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민들이 민주화된 사회를 향유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시민들이 스스로의 힘을 확인 한 결정적인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탁핵을 시민들의 힘으로 막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우리 사회는 권위주의의 빠른 퇴조와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려는 시민들의 의식의 확대로 이어져 왔다.

이러한 역사적인 계기를 통해 시민들은 자신들의 의사를 보다 직접적이고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고, 최근의 지역 곳곳에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들은 이런 시민들 의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정책의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자하는 시민들의 의사와는 달리 현재 국책사업 결정 과정에는 이러한 민의의 수렴 절차가 빈약하거나 절차가 있는 경우에도 매우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정책결정은 타당성분석, 경제적 그리고 과학적 합리성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즉, 기존 정책분석도구에 의한 정책분석은 주로 ‘가치와 사실의 분리원칙’에 바탕을 두고, 이 정책의 대상이 되는 시민들의 가치, 선호, 필요에 대한 고려가 배제된 채 제한된 사실변수 간의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이미 결정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을 찾는 기술적 형태의 지식을 강구하는데 집중돼 있다. 시민들의 의견 수렴은 정책이 결정된 이후, 시행단계에서 공정회, 설명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국책사업은 갈등이 필연적이다.

현재, 주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법적인 제도 장치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청회, 설명회, 설문조사, 공고/공남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정책이 이미 결정 된 이후 진행되는 절차이기 때문에 현재 시민들이 요구하는 정책 결정단계에서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아니다. ‘대통령령 제19886호 공공기관의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에서 정부정책으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내용이 부족한 점이 많으며 대부분 하면 좋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다. 특히 정치 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갈등에 대하여는 거의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사회갈등의 폭발 속에서도 주요 국책사업 갈등이 사회적합의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된 소중한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회적합의를 통한 시화MTV개발’이다. 환경오염의 대명사이자 실패한 국책사업의 대표적 사례인 ‘시화지구 간척사업’으로 인한 시화호의 환경오염과 시흥․안산 지역의 대기 수질 문제로 인해 20년간 정부와 지역민간단체들은 갈등을 빚어왔다. 5년전 시화호문제를 원점에서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지역민간단체들이 ‘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사회적합의를 통한 시화MTV개발, 송산그린시티개발’이라는 합의를 이뤄냈다. 또 다른 예로, 2007년12월에 ‘사회적합의를 통한 고리원전1호기 계속운전 합의’도 국책사업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좋은 사례이다. 최근에는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사업’이 갈등을 사전에 분석하여 노선에 반영함으로써 지역갈등을 성공적으로 예방하고 있으며, ‘송산그린시티 개발 토취장 지정 갈등’은 지역의 자체적인 조정능력이 갈등을 매우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적인 사례 뒤에는 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개인과 집단의 피나는 노력과 자기희생이 뒤따랐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그야말로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열성과 헌신, 창의적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 갈등이 이런 개인의 헌신과 노력만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수는 없으며, 그 가능성도 매우 낮을 것이다.

국책사업 갈등을 해결한 모범사례들을 바탕으로 정책결정 단계에서 민의를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사회적합의를 통해 정책이 결정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갈등의 특징을 잘 반영한 ‘갈등관리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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