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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시민운동, 정말 위기인가? 박태순.2008.12.15  
작성자 rosa
작성일 2008/12/22
ㆍ조회: 5512  
[ 박태순의 갈등의 법칙 ]    

시민운동, 정말 위기인가?

메이저급 시민단체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민단체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보고자 재정 및 회계 투명성 확보, 시민없는 시민운동의 극복, 정부용역 재고, 기업 후원 배제, 시민에 의한 재정 확충 등을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의 위기의 근원에 대한 성찰과 대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 가고 있다.

지금의 위기의 원인이 정교하게 짜여진 이명박 정부의 ‘시민단체 죽이기’때문이라는 진단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설득력도 약하고 반성의 계기도 제공하지 못한다. 시민단체 위기란 말이 나온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6월 촛불시위 과정에서 조차도 시민단체 무용론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점에서 위기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근원을 진단하고 앞으로 해야 할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성장과 쇠퇴의 과정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사회로 가는 첫걸음은 시작되었으나, 정치권력의 권위주의적 통치 관행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제 갓 태어난 시민단체는 이들과 대항하면서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민단체는 아직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시민과 주민을 대신하여 그들의 요구와 이해, 권리를 주장하는 용감한 투사였고, 국민의 대변자였다. 다수의 대중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우리 사회 시민단체는 이런 노력과 대중의 성원에 힘입어 터를 잡았다.

그러나 지난 20년간의 민주화의 진행과, 지자체의 정착, 정보화 과정, IMF를 통한 삶의 위기는 기껏해야 시민단체 활동의 지지자 동조자에 머물던 대중을 더욱 용감하고 똑똑하게 변화시켰다. 이와 함께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정치권력과 시민운동이 지방으로 확장되면서 지방에도 다양한 정치세력과 시민조직, 주민운동 조직이 형성되면서 다원화 사회로 접어들게 되었다. 바야흐로 지자체가 중앙정부에 대항하고, 주민이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스스로 조직을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지방화·다원화는 서울 중심의 정치권력과 시민단체의 영향력 축소로 연결되면서 역할의 재정립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웃자란 시민단체는 다원화된 사회에 맞는 역할 모델을 모색하고 창출하기 보다, 지금까지 쌓아올린 성과에 자족하고, 거대화된 조직을 관리하고 유지기 위해 대부분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이와 함께 시민단체는 이미 형성된 권력에 안주하면서 지역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외면하기도 하고, 때로는 공공성이 결여된 생활상의 요구라고 폄하하기도 하였다. 어떤 이들은 주민운동의 한계를 말하기도 하였다. 이전까지 시민단체에 의지했던 지역주민들은 이들의 무시와 냉대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시민운동은 지역사회와 결합하지 못하고 따로 겉돌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주민들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가면서 그 과정을 통해 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임을 깨달아 가고 있다. 자신이 주권을 가진 시민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바야흐로 아래로부터 진정한 시민운동에 시작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시민운동은 위기에 봉착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시민운동의 위기가 아니라, 지역과 주민과 결합하지 못한 시민단체의 위기이다. 또한 주민들의 역동성과 자발성, 잠재력을 보지 못하고, 이들의 삶속에 시민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결합시키지 못하고 자신들이 설정한 관념만을 주장하며 주민들의 삶에 대한 요구를 가볍게 여기는 시민단체의 천박함에 진정한 위기의 원인이 있다.

전국이 다양한 종류의 갈등으로 들끓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시민단체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역사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끊어 오르는 새로운 에너지와 만나야 한다. 그러나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는 안 된다. 이미 몸에 덕지덕지 붙은 권위주의적 태도와 주민의 삶과 현실을 우습게 여기는 잘못된 생각을 버리고 가야 한다. 그 길만이 시민운동이 살길이다.

날짜: 2008년 12월 15일
작성자 : 박태순

이글은 폴리뉴스 칼럼에 실린 박태순 소장의 글입니다.
원문은 아래를 클릭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polinews.co.kr/column/column_view.php?action=view&no=4007&id=col_p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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